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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플렉스스튜디오에서 진행한 활동 및 관련 뉴스 입니다.

시각장애인에게 무용을 말로 설명하려면…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0-07-22 17:11
  • 조회 1095

무용음성해설 워크숍’ 개최… 인권에 대한 다양성 관점으로 인식 전환 시작

서울 종로구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 21일 열린 무용 음성해설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이 안대를 차고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박수환 제공

 

 

젖은 손바닥을 다른 손 검지로 툭툭 치면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중략기숙사 방녹음기에서 소리가 재생되고 있다미르코가 정지버튼을 누르고 릴에 감겨 있는 자기테이프를 쭈욱 당겨서 가위로 싹뚝 자른다.’

 

2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전문무용지원센터에서 열린 무용음성해설 워크숍에서 이런 음성해설이 흘러나왔다화면에는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에서 제작한 배리어프리영화 천국의 속삭임의 한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워크숍에 참석한 무용인 12인은 강내영 사운드 플렉스 스튜디오 대표와 함께 시각장애인을 위해 영화 속 한 장면을 묘사하는 중이었다.

 

지금은 영화지만 이들이 음성으로 해설할 최종 목표는 무용 작품이다지금까지 여러 예술 분야에서 음성해설을 제공해왔지만 몸짓으로 서사와 감정을 표현하는 무용의 경우 상당한 표현력과 순발력을 요구해 도입이 쉽지 않았다워크숍을 기획한 최석규 아시아나우(AsiaNow)대표는 2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각장애인도 무용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무용수의 몸짓표정의상의 정보를 낭독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며 이번 워크숍으로 무용 분야의 음성해설 방법론을 연구하고 지속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을 맡은 강 대표는 음성해설의 정점이 무용이라며 대사가 없어 가장 고차원의 해설이 필요한데무용도 장르에 따라 해설 방식이 다르다서사가 담긴 발레를 가장 먼저 학습한 뒤 현대무용과 즉흥춤 순서로 진행한다고 말했다서사가 있는 무용 작품의 경우 음성해설이 비교적 쉽고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충분한 연구가 뒷받침된다면 음성해설이 가능하다이번 워크숍에서 온라인으로 강연한 스코틀랜드의 무용 음성해설가 엠마 제인 맥헨리는 무용 음성해설의 핵심은 객관적인 사실 해설을 넘어 춤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미학을 공유하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무용과 신체에 대한 지식안무 과정과 안무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학습과정이 길고 어렵다강 대표는 객관적으로 해설할 수 있는 장르부터 주관적인 장르로 나아가야 한다며 다큐멘터리-예능-애니메이션-드라마-영화-연극-무용 순으로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같은 공연일지라도 연극과 무용의 음성해설 방식은 다르다최 대표는 연극은 서사 구조나 캐릭터가 분명하지만 무용은 움직임과 이미지 중심이기 때문에 안무가와 무용수에 따라 음성해설이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용 음성해설 입문과정인 장애학의 도전’ 강의가 열렸던 지난 7일 강연장 풍경박수환 제공

 

 

무용 음성해설의 또 다른 특징은 현장성이다기존에 제작된 영상에 음성해설을 덧입히는 식이 아니라 진행 중인 공연을 실시간으로 해설한다강 대표는 현장성이 중요해 빠른 판단력이 필요하다심지어 리허설마다 세부적인 요소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아 계속 수정과 보완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맥헨리는 무용 음성해설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은 정확성을 위해 중요하다며 시각장애인도 공연마다 달라지는 모든 변경 사항을 공유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어렵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무용 음성해설을 시도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무용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지만 장애인은 예외였다며 사회가 변하는 만큼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전했다그러면서 무용계에도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이 시작됐다며 인권에 대한 다양성과 포용성의 관점으로 인식 전환이 시작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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